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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유가족 드로잉 작품집 ‘그리는 밤’ 출판기념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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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생명의전화 | 작성일2021-03-29 조회2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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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유가족 드로잉 작품집 ‘그리는 밤’ 출판기념회
*자살유가족 치유프로그램 ‘그리움을 그리다’에 참가한 유가족 5명의 그림과 글을 모아 책 ‘그리는 밤’을 펴냈습니다. 이 책은 전국 자살유가족 관련 기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25일 해질녘, 한국생명의전화 강당은 전에 없이 부산해졌습니다. 사무실 곳곳에 놓여있던 화분을 모두 모아오는가 하면 철 지난 크리스마스트리까지 동원 했습니다. 해가 지면 이곳을 방문할 사람들에게 오늘이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날 이 되기를 바라며, 준비하는 손길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았습니다.
그리는 25개의 밤을 모아 엮다
땅거미가 내려앉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히 집으로 향하는 시간. 들뜬 얼굴의 주 인공 다섯 명이 강당에 들어섰습니다. 이들의 그림과 글이 책으로 나와 작은 파티 를 열기로 한 것입니다. 이날 파티는 ‘자살유가족 드로잉 작품집 「그리는 밤」 출판 기념회’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다섯 명의 유가족은 ‘작가’로서 함께한 이 자리에서 첫 작품집을 낸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왼쪽) 작가들의 그림을 인쇄해 전시했다. 작가들의 자화상이 눈에 띈다. (오른쪽) 한 작가가 책과 꽃을 들고 소감을 이야기하고있다.
다섯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그리움을 그리다’라는 이름의 자살유가 족 치유프로그램입니다. 지난해 7월부터 매주 월요일 밤마다 이 강당에 모였습니 다. 처음에는 펜과 붓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도구로 무언가 그리는 것이 어려운 숙 제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한 홍운경 강사는 “잘 그 리려고 할 필요 없다. 내가 살아온 삶, 생각, 일상 등 모든 것들을 꺼내놓는 시간일 뿐”이라며 다독였습니다.
슬픔의 모양, 행복의 모양
꽃을 건네받은 한 작가는 “우리가 이 자리에서 이렇게 웃을 일도 있다니 꿈같다”며 쉽지 않았던 지난 모 임을 떠올렸습니다. 그동안 가졌던 스물다섯 번의 모임 동안 매번 다른 주제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내 얼 굴, 내가 좋아하는 공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가끔은 평소에 모른 척 하고 싶었던 깊은 어딘가를 들여 다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날엔 내 감정의 모양을 확인하는 것이 가슴 아파 눈물이 났습니다. 그 과정이 고스란히 그림이 되어 책에 담겼습니다.
책을 쓰다듬고 넘겨보는 작가들의 손길이 애틋했습니다. 출판기념회라며 맞춘 떡도 소중한 선물처럼 손 에 쥐고 있었습니다. “나는 오늘부터 행복하기로 했어.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런 날도 왔 잖아”라며 한 작가가 말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다른 작가들에게서 미처 다 짐작하기 어려운 감동과 결연한 다짐이 엿보였습니다. ‘그래, 오늘부터 행복하자’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이 책 은 전국 자살유가족 관련기관으로 배포되어 다른 유가족에게도 그 말을 전할 것입니다.
당신의 모든 ‘그리는 밤’이 아름답기를
이 자리에 모인 작가들이 이뤄낸 것은 책 하나를 펴낸 것만이 아닙니다. 가족을 잃을 때 함께 잃었던 나를 찾았고, 여전히 내가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다른 유가족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었 습니다. 이제 그림으로 ‘나’를 표현하는 법을 알았으니, 앞으로도 이들에게 숱한 ‘그리는 밤’이 있겠지요. 그 밤들이 모두 별처럼,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처럼 반짝이기를 마음깊이 응원합니다.
*자조모임 참여 문의 : 라이프라인 자살자유가족지원센터 02-763-9195 *자살유가족 치유프로그램 후원 문의 : 한국생명의전화 모금팀 02-764-87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