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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힘내보자 오늘도 작성일2020-09-22 조회7591
현재 개인적인 문제로 밤잠 못들고 고민하고 힘들어서 해결을 위해 구글링하던 중 흘러흘러 들어오게 됐어요. 10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친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가족 및 애인과의 관계의 문제로 오늘 낮에도 울면서 타 기관에 상담신청한 사람입니다. 원래는 이 사이트를 찾고 여기에도 상담을 올릴 생각으로 상담원 분들의 답변을 쭉 읽어보았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내가 나약하고 멍청해서 이딴 고민들이나 하고 무능하게 사는게 아닐까 하고 낮에도 우울했었는데,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역시 사람 사는건 다 비슷한가봐요.
저도 아직 24년 정도밖에 안 살았지만 상당히 스펙터클한 어린 시절을 살았던 것 같아요. 아빠가 별로 마음이 안정적인 분이 아니었어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못된 가족들과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며 저희 엄마랑 결혼을 하셨대요. 엄마도 고학년이 될수록 사정이 평탄치만은 못했지만 그래도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라 어린 시절 공주처럼 입고 대우받은 분이었대요. 너무 다른 삶을 살았고 아빠의 가족들이 콩가루집안이라 우리 아빠와 결혼한 뒤 심한 고부갈등으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신거래요. 하루가 멀다하고 괴롭힘당해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없던 병도 하나둘 생기고, 말이 통하는 사람은 없고. 아마 그래서 엄마도 모르게 어린 시절의 저한테 화도 많이 내고 신경질도 내고 가끔은 때리기도 하고 했던 것 같아요. 절 너무나 사랑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하고,저도 엄마의 사랑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어릴 적 저는 그런 사정을 알지도 느끼지도 못했고 그저 엄마가 너무 무서워서 매사에 엄마눈치를 봤던 것 같아요. 엄마 맘에 안드는 행동을 하면 혼나니까 조심은 해야겠는데, 무엇이 옳고 그른 행동인지 몰라서 심지어는 화장실에 다녀온 후 당시 아기였던 동생이 자는데 시끄러워서 깰까봐 또 그래서 혼날까봐 물 내려도 되냐고까지 물어봤던 기억이 나니까요. 제 짐작이지만 그때 제 태도가 지금까지도 굳어진 것 같아요 엄마한테 뭔가 솔직히 말하기 겁나서 습관적으로 거짓말하고 그게 더 큰 문제를 낳고 해서..너무 고치고 싶고 스스로 답답하다고 여겨지는데 아직도 쉽게 용기가 안 나고 너무 어렵네요.
조금 더 자라 초등학생이 되고 엄마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던 때였던 것 같아요. 하루라도 엄마가 야단치거나 화내지 않은 날에는 불안했어요. 내일 더 크게 혼나면 어떡하지? 이렇게 평화롭게 지나가다니 뭔가 무서워. 이런식으로요.
이 때부터 12살의 저는 심각한 생각들이 들었어요.
새벽에 집을 나갈까? 그럼 엄마가 내 걱정을 하고 그만 무섭게 할까?
그냥 죽을까? 그러면 엄마가 후회할까? 하고 새벽에 일어나 정말로 부엌에 가서 과도를 꺼내든 적도 두 번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솔직히 무서워서 관뒀어요.
하필 이 때에 전혀 다른 타지로 이사도 갔고, 원래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는 편이었는데 새 학교에서 적응하려니 초반에 쉽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엄마 건강이 심각하게 나빠져서 목숨 건 큰 수술을 하시고 입원하셨어요. 가뜩이나 일 때문에 바빠서 얼굴도 잘 못보던 아빠는 엄마 간호해야 해서 회사 병원 회사 병원..
다른 가족들도 정말 부득이한 사정으로 저흴 도와주기 쉽지 않아서 친구 어머님께서 와서 밥해주고 가시는 등 감사한 분들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넘겼던 거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당시에 엄마 나름대로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을 중학생 되고 아빠가 돌연 사망하신 뒤에야 엄마와 대화를 통해 알았고 그제서야 엄마가 과거에 왜 그랬는지 점차 이해하게 되었지만
서운함은 오래 남았어요 사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엄마가 수술 후 회복도 한참 멀었는데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저를 너무나 아끼셨다고 하지만 자주 보지 못했어서 슬프게도 기억이 잘 안 나요. 아주 어릴때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저는 중학생 동생은 초등학생이었고 그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서 저도 모르게 기억에서 지워버린건지 그냥 꿈같고 희미해요.
그런 상태로 고등학교에 진학했으니 교우관계 당연히 원만하지 못했고 학교 다니는 내내 은따 비슷하게 지냈던 것 같아요 친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반 친구들과 끝내 친해지지 못했고 중간에 한 번 제가 정말 크게 마음에 상처받은 일도 있었어요. 집단적으로 모진 말 들으니 정말 멘탈 무너지고 속상하더라구요..이때도 한 번 커터칼 들었다가 용기가 없어서 내려놨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다니던 중 결국 저도 희귀난치성 질환이 발병해버렸네요. 앞으로도 쭉 약 먹으며 관리 잘 하려고 합니다.
엄마와 사이도 진짜 안 좋았어요. 이때는 제가 나이 좀 먹었다고 생각하면서 싸움 붙으면 대들고 같이 소리지르고 막 나갔어요. 후에 동생이 자기 이때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리는 상상이 들었다고 해서 너무 맘아프고 미안했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야 반성하며 대화 태도를 바꾸려 노력하고 어느 정도 나아졌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앞으로도 쭉 더 노력해야 하지만요.

이렇게까지 제 옛날얘기 구구절절 풀 생각은 없었는데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하려던 말로 돌아오면, 이 게시판에 정말 공감가는 글도 많았고, 심지어 인생에 의욕도 없고 굳이 살 필요 없고 그냥 편하게 죽는게 나을수도 있지 않나 라는 어떤 글의 내용은 바로 어제도 스쳐 지나갔던 생각입니다. 상담받으며 오히려 더 상처받았다는 경험담들도 정말 공감했어요. 대면상담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상담해주시는 분께서 제가 말하고 있었는데 잠시 듣지 않으시고 다른 생각이 드셨는지 멈칫하고 뒤늦게 버벅이시는 걸 느낀 순간 신뢰가 확 딸어진 적도 있었고, 학교에서 은따 비슷하게 당할 때 너무 힘들어서 청소년 문자상담을 해봤는데 제가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만 하셔서 짜증만 나고 전혀 위로되지 않았던 적도 있었어요.
감히 말씀드리자면 사람 사는거 근본적으로는 비슷한 것 같아요. 다 비슷한데 왜 징징거리냐 이런 뜻이 결코 아니고, 뒤집어 생각해보면 나만 이러는게 아니구나 하는 동질감?이 들어서 안심도 되고 하는 것 같다는 뜻으로요.
진짜 ㅈ같고 나한테 왜 이런일이 생기나 싶을때도 많고 이렇게 힘든 일이 많고 앞으로도 많을 세상 그냥 안 사는게 낫지않나 차라리 돌멩이로 사는게 낫겠어(이건 실제로 제가 유치원 다닐 때 이런 생각 했던 기억이;)싶을 때 많아요 정말 많아요. 그런데 이럴 때 어떻게든 버텨보면, 아니 그냥 그 시간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기라도 해보면 분명히 상황은 나아지더라구요. 약속합니다.
물론 그러다가 또 힘들어지기도 하고, 저 또한 다시 인생 그래프가 위태위태한 상황이 돼서 상담받으려고 알아보던 참이긴 하지만, 그냥 당연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안 좋을 때가 있고 바닥을 칠대로 쳤으면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고 또 좋을 때가 반드시 와요,
앞서 말씀드린 그 별로였던 문자상담, 일년정도 뒤에 큰맘먹고 다시 해봤는데 정말 위로되게 잘 말씀해주신 상담사님이랑 문자하고 지금은 그때 무슨 내용으로 상담했는지조차 기억 안나요 그때 정말 크게 위로받았거든요.
그래서 결론은 너무 복잡하게 생각 말고 단순하게 사는 것도 꽤 괜찮은 것 같아요. 답없어보이는 인생 사는 중에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목숨 유지하고 뭐라도 해보려 노력하다가 차차 나아져서 잘된 분들도 정말 많고, 저만 해도 여전히 아직 해결 못한 고민과 걱정은 있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잘 지내거든요. 언제든지 또 힘들 수도 있고 당연해요 우리 맘대로 안되는 일 너무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오늘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살아볼래요.
게시판에 답답한 고민글 절박한 도움요청 남기신 분들 사연 보며 같이 뭉클하고, 사연 듣는 사람 여기 있다고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부디 여러분의 힘든 기간이 빨리 지나가길 간절히 함께 바라요. 저 또한 공감하는 과정에서 위안 얻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도움 주신 여러분들 한 분 한 분이 제게는 정말 가치있으신 분들이에요.

제 글 길이만 봐도 기빨리셨을 수도 있는데 하루에도 여러 글을 읽고 성심껏 답해주시는 봉사자님들께도 진심 담아 감사합니다. 쭉 털어놓으니 더 편하고 담담해졌어요. 우리 모두 오늘도 긍정적인 갓이 부정적인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하루 보내요.
답변내용
어떻게 이런 글이 우리 게시판에...
정말 정신이 번쩍 들게 감사합니다.
글의 길이에 기가 빨린 게 아니라 오히려 기를 얻었습니다.

세상을 참 긍정적으로, 지혜롭게 살아가는 분이네요.
그렇지요.
우리는 모두 나름대로 무거운 짐 한 짐씩을 어깨에 얹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우리가 느끼는 짐의 무게는 실제 무게가 아니라
우리 각자의 정신과 마음을 거쳐서 전해지는 무게이지요.

님은 짊어진 짐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는 사람이네요.
어릴 적 어머니와의 관계, 아버지의 죽음, 힘든 학교생활...
게다가 희귀병까지 얻었다고요.
지금까지 그렇게 힘든 세월을 살았는데,
주어진 오늘에 다시 한 번 감사하며 살아보겠다고 하시다니요.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님의 글을 통해서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아니, 힘을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또한 님의 감사에 큰 위안과 용기를 얻습니다.
님도 건강관리 잘하시고, 어머니와의 관계도 잘 풀어 가시길 바랍니다.

네~ 우리 모두, 님의 바람대로
오늘도 긍정적인 하루 보내겠습니다.
거듭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상담원 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