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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신체)건강몇년째 모든 좋은 감정을 못느껴요
작성자오렌지 작성일2020-09-21 조회7794
2015년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쾌락이나 의미를 느낄 수 없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상태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병원은 그전부터 지금까지 쭉 다녀왔고, 약을 자주 바꿨는데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네요. 매 순간이 괴로워요. 숨도 쉬기 힘들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요.
하고싶은 것 좋아하는 것 소중한 것 아무것도 없어요. 정말 간혹 그런거 생각나곤 해도 길어봤자 반나절도 못 가서 잊어버려요.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자체를 모르겠어요. 죽으면 가족이 슬퍼하는 거 아는데 그렇다면 가족도 같이 죽으면 될거같아요.
지금도 괴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책을 읽거나 집안일을 하려고 해도 이것이 나에게 아무런 행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아니까 못하겠어요.
옛날에는 웹서핑을 하면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 안하고 시간때울 수 있어서 그걸로 버텼는데 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통하지 않아요! 이 지옥에서 굳이 60년 이상을 버텨야 할 정도로 숭고한 목표를 만들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고요. 소소한 일상의 행복부터 희망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사라졌어요. 병원 다니고 약 먹는데도요. 정신 문제니까 진통제도 없고... 그래도 죽는 건 사후세계가 무서우니까 살려고 했어요. 하지만 점점 포기하고 있어요. 이미 여기가 지옥이라서요. 그리고 죽으면 그냥 끝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자살은 현명할지도 몰라요.
어쨌든 영원히 혼수상태로 있고 싶어요
여기서 자살보다 나은 선택지가 있어야 하는데 생각이 안나네요...
답변내용
오렌지님!

몇 년 째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소중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님의 말씀에 얼마나 버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계신지 짐작해봅니다.
병원에 계속 다니셔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셨군요.

삶의 재미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시간들이 거듭 될수록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운 건 당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어도 집안일을 해도, 웹써핑을 해도, 무엇을 해도
행복함이나 재미를 느낄 수 없을 만큼
눈과 마음을 닫고 오롯이 혼자 삭히며 살아온 시간들로 인해
삶의 의미나 행복이 님에게는 절실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만만치 않는 아픈 삶도 삶이기 때문에
그래서 오늘 나에게 허락한 하루가 신비롭습니다.

때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기도 하지만
어느 누구나 이 세상에 할 일이 있기에,
여기가 삶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살아갑니다.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좋은 감정의 느낌이나 긍정적 말들이
님에게 행동으로 옮겨지기를 기대해봅니다.
행복해질 용기를 시도해 보는 것.
님의 몫으로 남겨놓습니다.

어쩌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내기가
두려울 수도 있을 수 있겠지요.
두려움은 마치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듯,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님이 용기를 가지고 한 겹씩 벗겨내어
어제와 다른 삶을 경험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힘들 때 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이름처럼 오렌지의 달콤함과 상큼함이
님의 삶 속에 있기를 기원합니다.

상담원 들풀